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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써보고서] 학생회는 정말 시간 낭비일까?감투써보고서 2018. 11. 13. 20:47
(출처 : 서강대학교 대나무숲)
매년 한 두 번은 학교 커뮤니티나 대나무숲에 올라오는 글이 있다. 학생회를 열심히 했지만 남는 게 없다는 글이다. 학교 커뮤니티에 처음 감투써보고서를 올렸을 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학생회를 할 것 같은지 물어보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학생회는 정말 시간 낭비일까? 학생회를 하면서 포기한 것도 물론 많았지만, 그 못지않게 얻은 것도 있었다. 그래서 학생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 또는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남긴다.
해당 댓글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답변이다. (출처 : 서담)
1. 변화를 만들어본 경험
내가 학생회를 하며 얻은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변화를 만들어본 경험이다. A+간식팩, 동아리활동평가, 교내 버스킹, 서강문화제 등 남들이 봤을 땐 작고 사소한 변화일지 몰라도 나는 그 경험을 통해 작은 믿음이 생겼다. 바로 ‘행동하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믿음은 돌다리도 백 번 두들겨보는 성격인 내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 등을 떠밀어주었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해주었다. 어떻게 보면 ‘감투써보고서’도 그런 믿음의 연장선상에 있다.
진짜 사소한 변화겠지만 엠마오관 게시판 설치 같은거
2. 전공의 재발견
나는 경영학과이다. 신입생 때는 전공을 들으면서 왜 배우는지 사실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학생회장을 하면서 학생회라는 조직을 운영해보니 경영학 수업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을 뽑고, 그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일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 인적자원관리 수업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인사가 만사라더니 진짜였다. 서강대 축제는 왜 이렇게 재미없다고 생각할까, 왜 이렇게 참여를 안 할까 머리를 싸맬 때, 마케팅 수업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학생회 덕분에 전공 학점은 좋지 못했지만.. 경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체감할 수 있었다.
졸업이 코앞인데 어디가서 경영학과라고 말하기 부끄럽다는건 함정
3. 리더십 스타일의 발견
학생회장하면 다들 술 잘 마시고, 외향적인 성격에, 친구들도 많은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처음 학생회 임원이 되었을 때, 나도 그렇게 되어야 하나 고민했었다. 왜냐하면 나는 소주 한 방울에 얼굴이 붉어졌고, 과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동아리로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학생회장을 하면서 그런 생각은 점점 바뀌었다. 외향적인 리더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누구가 되는 게 아니라 나 다운 방식으로도 충분하고, 그걸 더 잘하려고 노력하면 된다는 걸 배웠다.
난 이렇게는 못하겠더라
4. 기획하는 일의 즐거움
학생회는 정말 자잘자잘한 일들의 연속이지만, 각각을 쪼개서 보면 직무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회 안에서 여러가지를 해보면서 나는 돈 관리, 즉 재무, 회계에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그리고 사람 뽑는 일, 인사에는 큰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신 무언가를 기획하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기획한 결과물을 사람들이 좋아해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서강문화제가 끝났을 때 누군가가 기억에 남는 축제였다고 피드백을 남겨줬을 때 벅찼던 감정은 여전히 생생하다.
5. 말빨(?) 상승
이전 글에서나 이번 글에서나 느끼겠지만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다. 그런데 학생회장을 하면서 남들 앞에서 말해야 될 때가 많았다. 매주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동아리를 대표해서 발언을 해야 했고, 매 학기 2~3번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에서는 70~80명의 동아리 대표자 앞에서 발표를 했다.
그 회의의 분위기는 종종 공격적일 때가 있었는데, 마치 압박면접을 받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것도 반복해서 겪다보니 무뎌지기도 하고 익숙해졌다. 덕분에 발표에 대한 부담감도 없어지고, 자랑같지만 잘한다는 소리도 곧잘 듣는다.
선택은 각자 알아서 하길 바란다
이렇게 내가 학생회를 하면서 얻은 다섯가지를 소개해보았다. 물론 이 글을 통해 학생회를 하라고 종용하고 싶지는 않다. 워렌 버핏이 말하기를 아무리 뛰어난 경영자라도 속해 있는 산업이 하락세라면 현상태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학생회는 명확하게 하락세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미 학생회에 몸 담고 있거나, 몸 담기로 했다면 시간을 버린다는 관점으로만 바라보진 않았으면 좋겠다. 이왕 하기로 한거라면 그 곳에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경험과 역량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면 어떨까?
이 분이 지금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으면 좋겠다 (출처 : 서강대학교 대나무숲)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서도 학생회를 하고 있는 분들을 응원하며, 학생회를 하던 시간들이 후회로만 덧칠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댓글로 추가적인 의견을 달아주세요. 현재 학생회를 하는 이들에게 보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감투써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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