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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투써보고서] 임기 1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감투써보고서 2018. 3. 29. 13:17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 많지 않다. 임기를 막 시작하는 학생회장은 의욕에 차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해오름제, 농활, 축제, 전체학생총회 등 매년 하는 일들 하기에도 1년이 벅차다


    공약들을 몇가지 시도해보지만 생각처럼 안되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러면 뭐라도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싹트기 시작한다.


    한 번 하면 눈에 딱 띄는 이런 일들


    그래서 결국 축제 같은 누가 봐도 성과가 보이는 행사에 온 힘을 기울이게 된다. 정치인들이 청계천 공사하고 세빛둥둥섬, 서울로 7017 만드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임기 중에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을 몇 개 이뤘는데, 이는 내가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내가 한 곳에서 오래 버텼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것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얘길 해보려 한다.


    희망찬 얘기가 아니라 미안하다


    1. MT 한 번 가는 데 2년이 걸렸다.


    동아리 LTMT 한 번 가는 건데 2년이 걸렸다. 동아리 LT는 동연 사람들과 동아리 사람들이 같이 가는 MT. 함께 모여서 기획 회의도 같이 해보고, 대화도 나눠보며 서로를 이해해보자는 취지였다


    2013년 전체 동아리 대표자 회의에서 안건을 꺼냈는데, 대번에 까였다. 동연 입장에서는 해야 할 이유가 명확했지만, 동아리 입장에서는 가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동아리 일로도 충분히 바쁜데 귀찮게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2014년에 다시 동아리 LT 안건을 꺼냈을 땐 조금 반응이 달랐다. 왜냐하면 동아리 LT에서 동아리 콘테스트를 진행해서 추가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학생지원팀으로부터 추가 예산을 확보하고 전인교육원으로부터 지원을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자 20여명 정도의 인원이 신청했고, 결국 동아리 LT를 갈 수 있었다. 이후 피드백을 받았을 때, 동연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또한 활동이 죽어가던 동아리가 콘테스트 지원금을 계기로 되살아나기도 했다.


    2014 동아리 LT (얼굴은 블러 처리)


    2. 동아리 설득하는데 1년, 학교 설득하는데 1년


    동아리 지원금 지급 체계 개편도 마찬가지로 2년이 걸렸다. 개편의 핵심은 기존에 50만원으로 일괄 지급되는 동아리 지원금을 동아리 활동 평가에 기반하여 차등 지급한다는 것이다. 지원금이 부족하다는 동아리들이 많았지만, 남아돈다는 곳도 있었고, 심지어 지원금을 받아가지 않는 곳도 더러 있었다


    그리고 정동아리와 준동아리 체제가 전반적으로 고여 있다는 느낌이 강해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개편의 방향은 열심히 하는 곳에 더 많은 지원을 주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전반적으로 활기를 불어넣고 싶었다.


    2014년 12월 2일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에서 발제했던 자료


    2013년은 동아리 회장들을 설득하느라 한 해가 다 지나갔다. 논의의 핵심은 동아리 활동 평가 기준이었다. 내부적으로 회의하고, 분과회의에서 논의하고, 전동대회를 거쳐서 연말에 간신히 안건이 통과되었다


    하지만 동아리 승급/강등을 최종 심사하는 장학위원회에서 부결되었다. 낮은 등급을 받은 동아리의 구제 방안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2014년에 동아리 콘테스트를 기획해서 보완했다. 다시 전동대회를 거치고 장학위원회에 공문을 보내서 결국 그 해 겨울에 통과되었다.



    3. 3년을 쏟아도 안되던 일이 퇴임하니 이루어졌다


    3년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성과를 못 내고 내 퇴임 이후에 결실을 본 것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가을 축제인 서강문화제 일정이었다. 서강문화제는 일본 죠치대와 교류전인 SOFEX와 엮여 있어서 10월 말~11월 초에 했었다


    문제는 그 때는 이미 축제를 하기엔 춥다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매년 축제 일정 바꿔야한다고 학교에 공문 보내고, 학생지원팀 선생님 붙잡고 하소연을 했었다. 그러나 결국 2015년에 축제 일정이 변경되었다.


    2013년, 2014년 축제 일정 좀 바꿔달라고 올렸던 공문들


    또 다른 것은 가을 축제 통합이었다. 그 때는 단과대 축제를 9월 중에 다 따로 했었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단대제가 진행되다 보니 홍보가 겹치게 되고, 사람들은 어디서 뭘 하는지 알기가 더 어려웠다


    그래서 연예인 섭외를 잘한 곳 한 두 군데 빼고는 큰 성과를 못 냈다. 돈은 돈 대로 쓰고 다 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단대제와 서강문화제를 같이 해보려는 시도를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이 역시 2015년에 이루어졌다.


    솔직히 말해 배아팠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해오름제, 축제, 체육대회 등 학생회가 매년 해오던 일들을 하면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시간을 쏟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공약으로 내세운 것들을 1년 안에 이루겠다는 욕심,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나도 대부분의 학생회장들처럼 1년만 하고 퇴임했다면 위의 변화들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3년을 노력해도 바꾸지 못한 것들도 많았다


    물론 선거를 통해 학생회가 바뀌면 내가 시작해놓은 일이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조급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조급함이 일을 망칠 수도 있다.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먹었을 때 잘 풀리는 경우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 뿐이다. 변화가 내 임기 안에 이루어질지 말지는 내가 어찌할 수 없다.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걸 받아들여야 내가 맡은 학생회의 현위치와 지금 해야 할 일이 보이고, 그 일을 차근차근 해나갈 수 있다.


    한 방에 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내가 바위를 부수려는 N번째 계란일 수 있다. 결국 바위를 부숴내는 마지막 계란은 그 이전에 던져진 무수한 계란들 덕분에 바위를 부순다.


    댓글로 추가적인 의견을 달아주세요. 현재 학생회를 하는 이들에게 보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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