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투써보고서] 학생회는 등록금 협상을 잘 하고 있을까?감투써보고서 2018. 11. 18. 22:48
이번 글은 다소 비겁하고 부끄러운 글이다. 임기 중에는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를 키운다는 핑계로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았고, 퇴임 후에는 동연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정치적인 부담을 줄까봐 말을 아꼈던 주제다. 바로 등록금 협상이다.
학생들이 학생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등록금 협상이지 않을까 싶다.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 학생위원으로서 학생회 임원들이 들어가게 되며, 등심위에서 그 해 등록금이 결정되게 된다.
물론 나는 등심위 학생위원으로 활동한 적이 없고, 약 4~5년 전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에서 등심위 보고를 들었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한 글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과는 다를 수 있다.
1. 등심위에 일잘러를 보내지 않는다.
언젠가 회사에서 어떤 목적으로 TF(Task Force)를 꾸릴 때, 각 팀에서는 에이스를 보내지 않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마찬가지로 총학생회장이 등심위에 보낼 학생위원 자원자를 받는다고 말을 꺼내면, 한 동안 정적이 이어졌다.
학생회장으로서 2년간 있는 동안 등심위 학생위원을 뽑을 때 자원자가 넘쳤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자원자가 없어 총학생회 인력 중에서 뽑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변명을 하자면 등심위가 진행되는 기간은 단위 학생회 입장에서는 신입생을 맞이할 준비로도 인력이 부족한 기간이라 학생위원으로 차출하기가 어려웠다.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2.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까요?”
중운위에서 등심위 진행상황을 보고하던 총학생회장이 했던 말이다. 당시 학생회는 등록금 인하를 주장했었고, 학교는 돈이 없기 때문에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입장 차는 당연히 좁혀지지 않았고 총학생회의 대응은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는 것이었다.
그 때 솔직한 감상으로는 한편의 쇼 같았다. 학생회가 주장하는 등록금 인하에는 마땅한 근거가 없었으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저 학생회로서 할만큼 했다고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행동처럼 느껴졌다.
3. 정작 학교는 다른 곳 눈치보느라 바쁘다.
그렇다면 학교는 등록금을 어떻게 결정할까? 교육부, 사회적 여론, 타 대학 눈치보다가 결정한다. 교육부는 BK 사업, 코어 사업 등 각종 재정 지원 사업으로 대학의 돈줄을 쥐고 있고, 어떤 정부든 대학 등록금을 민생 대책 중 하나로 중요하게 다루었다.
그래서 대학 입장에서는 교육부 눈치를 안 볼 수가 없고, 대체로 다른 사립대에서 등록금 인상을 발표하면 거기에 함께 묻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동결을 하거나 찔끔 찔끔 인상을 발표하는 것이다.
4. 학생회의 협상력이 부족한 이유
서강대의 경우 학교 및 재단으로부터 질리도록 듣는 말 중 하나는 학교에 돈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등심위에서도 이어지는데 회계 자료를 바탕으로 주장이 된다.
학생 위원 중에 회계 지식이 있는 이가 드물어서 이에 대한 반박을 효과적으로 못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논리에 설득되어서 오는 학생위원도 있었다. 또한 등심위에서 제시되는 자료들은 회의장 바깥으로 가지고 나갈 수가 없기 때문에 대응이 더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회계 자료를 바탕으로 학교에서 제시하는 인상률이 합당한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진행되었던 적은 없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어카운턴트 명대사)
5. CPA 합격생들을 학생위원으로
이 문제를 고민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굳이 학생회 안에서 인력을 찾아야하나?’ 였다.
등심위에서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회계 지식이 필요하고, 학교에는 CPA 합격생들이 있지 않은가? 활동비를 지급해서라도 이들이 등심위 학생위원으로 활동하게 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학교 내 이해관계를 파악하고 교육부 정책 방향을 조사하는 건 기존 학생회 인사가 담당하고, 회계 분석 및 반박 논리를 마련하는 건 CPA 합격생이 담당한다면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지 않을까.
이전에 등심위 학생위원으로 활동한 사람이 본다면 다소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활동하지도 않고 이런 글을 쓰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등심위에서 직접 활동한 적이 없으니 내가 보았던 것과 실제는 다를 수도 있다.
물론 대학 등록금 법정 인상한도가 2018년 기준 1.8%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논의가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CPA 합격생이 등심위에 들어간다고 해서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CPA 합격생들은 생각도 없는데 김칫국 마시는 일이 될 수도 있고, 이들에게 어떤 유인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어려운 일이 될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보다 효과적인 방안에 대한 토론이 이뤄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당장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등심위에서 학생회가 학교에 끌려가기 보다는 보다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기를 바란다.
댓글로 추가적인 의견을 달아주세요. 현재 학생회를 하는 이들에게 보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감투써보고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투써보고서] 알콜쓰레기가 기획했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캠페인 (0) 2018.12.31 [감투써보고서] 사람 vs. 시스템, 무엇이 더 중요할까? (2) 2018.11.27 [감투써보고서] 학생회는 정말 시간 낭비일까? (0) 2018.11.13 [감투써보고서] 공약 이행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2) 2018.09.16 [감투써보고서] 축제기획안으로 총장님 앞에서 발표한 썰 (0) 2018.09.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