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써보고서] 공약 이행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많은 학생회가 자신들의 성과 지표 중 하나로 공약을 얼마나 이행했는지를 얘기한다. 그런데 공약은 학생회가 ‘하고 싶은 일’에 가깝다. 학생사회에 대한 무관심과 낮은 투표율 때문에 공약을 학생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학생회의 공약이행률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다. 오히려 학생회가 공약 이행을 하려다가 욕을 먹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람들이 학생회가 ‘해야 하는 일’을 소홀히 한다고 느낄 때 그 반발은 더 커진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학생회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기본이다. 다만 그 기본이 무엇인지는 학생회마다 다르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동아리연합회의 기본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한다. 자신이 속한 학생회의 기본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런 것들을 하는 이유가 있었다

 

1. 동아리거리제 / 동아리소개책자

 

동아리거리제는 동연 입장에서는 매 학기 반복적인 업무라 힘을 빼거나 쳐낸다고 생각하기가 쉽다. 그리고 동아리소개책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동아리 공연에 집중하다 보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가 쉽다.

 

하지만 동아리 입장에서는 거리제와 소개책자가 신입회원 모집과 직결되기 때문에 동연의 그 어떤 업무보다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동연이 두 업무에서 실수가 발생하거나, 업무 진행이 깔끔하지 못하면 동아리는 ‘동연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이걸 개별적으로 해야 했다

2. 동아리 재등록 / 동아리 활동 SAINT 등록

매년 동아리들의 회원 명단 업데이트를 위해서 동연은 동아리 재등록을 진행한다. 동아리에게 이 일은 마치 방 청소와 같아서 귀찮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임기 중에 이걸 동아리 활동 SAINT 등록과 통합했다.

 

취업 등의 이유로 동아리 활동을 증명하려고 개별적으로 학생지원팀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동아리 재등록과 통합하면서 개별 동아리 회원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일이 되었다. 그렇지만 동아리 회장에겐 자연스레 챙기게 되는 동연 업무가 되었다.

전동대회 중 이런 표정이 늘어나면 망한거다

 

3.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 / 분과회의

 

전동대회로 약칭되는 이 회의는 동연 회장에겐 오디션과 같다. 동아리 대표자들에게 동연 업무를 보고하고, 동연 회장으로서 자신이 적합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공격적일 때도 있었는데, 그 땐 시어머니 70명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동아리 대표자 입장에서는 갑자기 회의한다고 불려 나왔기 때문에 적잖이 귀찮음과 짜증을 느끼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동연 회장이 헛소리를 한다는 생각이 들거나 이 시간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면 동연이 발제하는 안건에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지루하고 사소해보여도 기본은 중요하다

 

물론 기본으로 생각되는 업무에 동아리 활동평가 같은 큰 업무도 있겠지만, 동연 입장에서 사소하다고 느낄만한 업무 위주로 꼽아보았다. 동연 입장에서는 사소하지만, 동아리 입장에서는 사소하지 않은 업무들로 인해 ‘기본’을 놓치기가 쉽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기본’을 잘하고 있다는 인식이 있다면, 학생회가 하고 싶은 공약을 이행하는데도 힘이 붙는다. 예를 들어 ‘동아리 LT’는 2013년에 시도했을 때는 부결되었지만, 2014년에 가결되어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동아리들이 동연에 대한 신뢰가 어느정도 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연관글 : [감투써보고서] 임기 1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학생 입장에서는 축제를 잘하는 것보다 기본을 못하는 것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자신이 속한 학생회에게 기본은 무엇일까? 한 번쯤 자문해보는 건 어떨까?

다음글 : [감투써보고서] 학생회는 정말 시간 낭비일까?

댓글로 추가적인 의견을 달아주세요. 현재 학생회를 하는 이들에게 보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