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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써보고서] 동연은 어떻게 권력을 잡았는가?감투써보고서 2018. 7. 25. 13:55
2017년 초 학교 커뮤니티에서 동아리연합회에 대한 비판이 많이 올라왔다. 그 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놀랐다. ‘동아리들이 동연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동연이 권력을 휘두른다.’ 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동연이 그런 얘기를 들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꼰대같지만) 내가 활동하던 때에는 사람들이 동연을 주로 고생하는 이미지로 봐주었다. 나는 '동아리들의 대표자인데 어깨 좀 펴고 걸어라', '매번 피곤해보인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었다.
당시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글
그런데 그 글들을 살펴보면서 왜 동연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말이 나왔는지를 알게 되었다. 바로 동아리 활동 평가였고, 그와 연결된 동아리 지원금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만들었다.
동아리 지원금을 통해 동연이 어떻게 권력을 잡게 되었는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1. 동아리가 동연에게 아쉬울 게 없다.
회의 오라 하고, 보고서 내라 하고
동아리들에게 동연은 귀찮은 존재였다. 단지 회의 오라고 하고, 보고서 쓰라고 하는 곳이었다. 동아리들과 동연의 연결고리는 미약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인식은 동연의 영향력을 낮췄고, 낮은 영향력은 중운위에서 총학생회나 단과대 학생회 사이에서 발언권을 약화시켰다.
내가 동연 회장으로서 가장 큰 과제는 동연의 예산과 영향력을 키워서 동아리들에게 좀 더 많은 지원과 권리를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아리들이 미우나 고우나 동연이랑 엮일 수 밖에 없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2. 동아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뭘까?
처음엔 복지를 신경쓰면 동아리들이 동연을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동아리 MT에서 주류 지원이나 거리제 천막 지원 등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는 단발성이었고,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았다.
운좋게 지원 받아서 했던 동아리 엠티 주류 지원
어떻게 하면 동아리들이 동연을 필요하다고 느낄까? 동아리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돈이었다.
당시 최우수/우수 동아리만 추가 지원금을 받았고, 나머지 정동아리들은 동일한 지원금이 지급되었다. 동아리가 잘 되나 안 되나 상관이 없었고, 준동아리는 열심히 하더라도 지원금을 받을 수 없었다. 동아리방이 한정적이다 보니 누굴 올리려면 누굴 내려야 하는데, 사실상 활동이 죽은 정동아리도 강등시키는데 평균 2년이 걸렸다.
* 동아리 승급과 강등은 학생문화처장님을 비롯한 교수님들로 구성된 장학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동연은 승급과 강등 심사를 받을 동아리들을 추려서 안건으로 올리는 것까지 할 수 있다. 그리고 장학위원회의 결정은 보수적인 경향이 있다.
정동아리 한 번 되려면...
3. 동아리 지원금을 차등지급하자
동아리 지원금을 동아리 활동 평가에 따라 A,B,C로 차등지급하는 걸 전동대회 안건으로 냈다. 노력하는 동아리에게 더 많은 지원을 준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그리고 대다수의 동아리가 이전과 동일 혹은 그 이상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일부 준동아리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설득했다.
2014년 전동대회에서 의결한 동아리활동평가기준
이를 위해 사전에 활동 평가 기준을 분과회의에서 논의하고, 전체동아리대표자회의에서 기준과 평가 방법을 의결했다. 그리고 의결된 기준과 방법으로 활동평가를 시행하고, 평가 결과를 장학위원회에 넘겨 최종 승인을 받는 방식이었다. 동아리 콘테스트를 통해 활동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지원금을 적게 받더라도, 동아리 사업 단위로 추가 지원금을 받을 기회를 마련했다.
C등급을 받더라도 동아리 콘테스트로 추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동아리지원금 지급 체계를 바꾸는 데는 2년이 걸렸다. 동아리 활동 평가 기준에 대해서 1년간 동아리 대표자들과 논의해서 합의했으나, 장학위원회에서 승인하지 않았다. 동아리 콘테스트라는 보완책을 만들어서 그 다음 해에 장학위원회에 통과되었다.
권력자 소리 들으려고 만든건 아닌데..
목적은 동아리 지원금으로 동아리들이 동연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 동아리들과 좀 더 끈끈한 관계가 되어서 동연의 영향력이 강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키운 영향력으로 총학생회나 학교를 상대로 제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이전에는 활동보고서를 어떻게 쓰든 동아리지원금 50만원은 꼬박꼬박 나왔고, 최우수/우수는 몇몇 동아리들만 신경쓰는 일이었다. 지원금 지급 체계를 바꾸면서 모든 동아리들이 신경써야 하는 일이 되었고, 동연의 활동평가가 동아리에게 중요해졌다.
결과적으로 동아리연합회는 동아리를 대상으로 권력을 쥐게 되었다. 그러나 제도가 바뀐지 2년도 안되어서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다.
안타까웠다. 그럴 의도로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퇴임한지 오래되었고, 이 문제는 지금의 동연이 해야될 몫이다. 다만 이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글로 남겨 그들에게 참고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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