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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투써보고서] 학교는 왜 버스킹 소음을 허가해줬을까?감투써보고서 2019. 1. 20. 10:54
JTBC 비긴어게인2
이번 글에서는 작고 사소한 변화에 관해서 얘기하고자 한다. 요즘은 동아리 거리제나 축제 등의 행사에서 버스킹을 하는 걸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버스킹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기도 하고, 들어가는 비용 대비 축제 분위기를 만드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학생회를 하는 3년 동안 나는 교내 버스킹을 지속해서 시도했었다. 버스킹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학생지원팀(이하 학지팀) 교직원 선생님의 협조가 꼭 필요했는데, 그 협조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얘기해보고자 한다.
* 내가 학생회를 하던 때에는 학생회에서 교직원을 보통 ‘선생님’이라고 호칭했다. 친분이 쌓이면 ‘~쌤’이라고 부르며 지낸다.
1. 버스킹을 처음 시도하다
내가 버스킹을 처음 시도했던 것은 2012년 봄학기 대동제를 할 때였다. 당시 축제 무대와 관련하여 총학생회와 공연 동아리 간의 갈등으로 공연 동아리들이 대동제를 보이콧했었다. 나는 이들을 대표하는 자로서 이들에게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주려고 동분서주했었다.
그때 응원단의 도움으로 ‘파시오나토’라는 이름의 새로운 대동제를 준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대를 홍보하는 방안으로 스트릿 댄스 동아리 샥(SHOCK)에게 버스킹을 부탁했다. 일이 매우 급박하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학지팀에게는 어물쩍 넘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2. 학지팀과 신뢰를 쌓다
이후 동아리 거리제에서 공연 동아리 홍보 및 거리제 전체 홍보를 위해 버스킹을 기획했다. 이를 위해 사전에 학지팀 선생님을 찾아가서 상의했고, 학지팀이 제시한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쉬는 시간에만 공연할 것.
이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나는 버스킹을 할 공연 동아리들에 시간을 지켜줄 것을 신신당부했었다. 오리엔테이션이든 축제 무대든 여러 이유로 딜레이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아리들은 시간을 칼 같이 지켜주었고, 덕분에 정하상관 앞에서 쉬는 시간마다 버스킹을 진행할 수 있었다.
2014 서강문화제 버스킹 모집 포스터
3. 교내 곳곳에서 버스킹을 하다
2014년 서강문화제를 준비할 때, 나는 이 버스킹을 학교 전역으로 확대하고 싶었다. 마찬가지로 사전에 학지팀 선생님에게 의견을 구하고 상의를 했다. 협의 끝에 이냐시오 앞, 정하상관 앞, 알바탑 앞, 우정관 주차장 네 곳의 장소를 합의할 수 있었다.
덕분에 공연 팀을 동아리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 중에서도 모집했고, 총 30팀이 버스킹에 참여해주었다. 사실 교내 버스킹은 소음 문제를 이유로 거부하려면 충분히 거부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동안 약속을 지켜왔기 때문에 학지팀에서도 장소 사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전 글에서 총장님 앞에서 축제 기획안을 발표했던 이야기를 적었다. 학교를 뭉뚱그려서 보지 말고, 이사회, 총장, 교직원 등으로 나눠서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글을 맺었다. 이번 글은 그 연장선 상에서 학생회가 교직원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내 임기는 1년이지만, 교직원은 한 부서에 최소 3~4년은 머무른다. 내가 만났던 학지팀 선생님은 무려 7년을 한자리에 있었다. 당장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 교직원과의 신뢰를 깨뜨리면, 내 임기는 어떻게 넘긴다고 하더라도 내 뒤에 맡을 사람들이 고생하게 된다.
반면 신뢰가 쌓이면 먼저 기회를 주시기도 한다. 2014년 일본 조치대와의 교류전인 SOFEX에서 문화 교류 동아리로 태권도, 마술 동아리가 추가되었는데, 이는 동연이 요구한 것이 아니라 학지팀에서 먼저 제안을 해준 것이었다.
물론 이 사례로 교직원을 대하는 방식을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 부서에 따라서, 교직원에 따라서 다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이 글이 학생회가 학교를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 한 번쯤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로 추가적인 의견을 달아주세요. 현재 학생회를 하는 이들에게 보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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