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감투써보고서] 학생회는 결국 즐겁게 일한 기억이 남는다
    감투써보고서 2019. 1. 7. 18:27

    출처 : tvN 드라마 '시그널'


    만약 학생회를 하던 과거의 나에게 무전을 보낼 수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일도 일이지만 함께 하는 이들과 좀 더 즐겁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학생회를 하던 때의 나는 결과를 만드는데 집착했기 때문이다.

     

    물론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학생회의 성과는 운과 상황적인 요인에 좌우되는 것이 크다.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내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에 기사화되고 영화, 소설 같은 콘텐츠로 만들어진다.

     

    내 경험과 아쉬움이 학생회장으로서 부담감을 크게 느끼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 tvN 드라마 '미생'

     

    1. 학생회는 일하는 곳이지

     

    학생회 임원이 되었을 때, 무조건 일을 잘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학생회장의 권한은 타인에게서 나오고, 학생회가 굴리는 돈 역시 내 돈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래서 결과를 내야 한다는 것에 반쯤 미쳐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 가을 축제를 할 때, 그 부담감이 절정이었다. 그 예로 축제 포스터를 7~8번 다시 하라고해서 담당하던 친구가 포스터 때문에 며칠 잠을 못잤다. (그리고 최종본의 파일 이름에는 욕이 적혀 있었다.) 축제 당일에는 일하는 태도를 문제 삼아 팀원 한 명을 윽박지르다 울리기도 했었다. 일을 저지르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사과를 했던 기억이 있다.


     

    2. 학생회의 성과는 화무십일홍

     

    학생회가 만드는 성과가 무조건 부질없고,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학생회가 놓인 상황적인 요인을 살펴보고 이를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은 더 빠르다. 단순 계산해서 4년이고, 실질적으로 2~3년이면 학생사회의 주축이 싹 바뀐다. 이는 상황적인 요인이 잘 맞는다면 큰 변화를 단기간에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만든 변화가 빠르게 잊혀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어떻게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은 필요하지만, 성과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의 해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하는 사진은 많은데, 단체사진 찍은 게 거의 없다ㅠ

     

    3. 좀 더 즐겁게 할 걸

     

    내가 학생회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들은 크게 세 부류 - 2012년 부회장 임기, 2013년 회장 임기, 2014년 회장 연장임기 - 로 나뉜다. 퇴임하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보였다. 그 때의 내가 해가 갈수록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심해졌고, 함께하던 이들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

     

    결과적으로 12년 친구들은 지금도 1년에 한 두번 주기적으로 만나고 있지만, 13년 친구들과는 1년에 한 번 가까스로 얼굴을 본다. 그리고 14년 친구들과는 모인 적이 없다. 물론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나는 그 때의 내가 결과에 집착하다 사람을 놓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프로라는 이 분들도 실수를 한다


    학생회에서 맡은 역할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조금은 힘을 빼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단순한 자리 욕심이 아니라 어떤 큰 목적의식을 갖고 학생회를 하는 사람일수록 이런 책임감으로 버거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짐 모두가 내 몫인 경우는 없고, 나 혼자 짊어질 필요 또한 없다.

     

    대학은 연습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학생회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는 여의도가 아니다. 실수해도 괜찮다. 지금 학생회가 처한 상황은 오롯이 지금 하고 있는 이들의 책임이 아니다.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문제와 학생 신분에서 다루기 어려운 문제가 섞여 있다.

     

    학생회가 내게 남긴 건 성과가 아니라 함께 했던 이들과의 추억이었다. 물론 지금도 학교와 학생사회에 대한 애정이 큰 사람들로 인해 학생사회가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학생회를 하고 있는 이들이 좀 더 행복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댓글로 추가적인 의견을 달아주세요. 현재 학생회를 하는 이들에게 보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