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컬후기] 오픈컬리지가 망해도 아쉽지 않은 이유오픈컬리지 2018. 7. 29. 17:56
이전글에서 오픈컬리지에서 활동하면서 얻은 다섯가지를 소개하며 긍정적인 측면을 소개했었다. 하지만 이는 사람들에게서 온 것이다. 이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회사, 헤드플로에겐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1년 넘게 이용하면서 오픈컬리지가 발전한다는 느낌보다는 안주하고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운 사람들을 꾸준히 유입시키고 있지만, 커뮤니티에서의 경험은 제자리이거나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호스트를 방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요런 느낌
1. 커뮤니티의 핵심은 호스트다.
사람들이 오픈컬리지에서 소비하는 것은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회사가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개설한다. 구성원들 중에 의지가 있고, 적극적인 사람이 호스트가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호스트가 되고, 좋은 프로젝트가 많이 생겨야 한다. 그래서 오픈컬리지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면 무조건 프로젝트를 개설하고 참여하게 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첫 프로젝트를 개설한 호스트
2. 호스트가 모든 걸 알아서 해야 한다.
호스트 중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또한 프로젝트 개설을 고민하더라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몰라서 망설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오픈컬리지는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기껏해야 공간 제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방배에서 역삼으로 옮기면서 큰 의미가 없어졌다. 공간이 작아지면서 테이블간 간격이 좁아졌는데, 2~3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 너무 시끄럽다. 그래서 최근에는 프로젝트 개설할 때 장소 섭외까지 신경 써야 한다.
3. 프로젝트 개설에 어떤 보상도 없다.
프로젝트를 개설하는 사람들은 순수한 목적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오픈컬리지에서 영리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관심있는 분야를 시도해보려고, 같이 재밌게 놀고 싶어서 등의 이유로 호스트가 된다.
이런 호스트들로 커뮤니티가 굴러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프로젝트를 개설한다고 인정을 해준다거나 보상이 있지 않다. 그에 반해 프로젝트 진행은 신경 쓸 게 많고 피곤하고 부담스럽다. 그래서 품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가 생기기가 어렵다.
4. 프로젝트를 개설했다가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다.
앞서 말했다시피 호스트는 처음부터 호스트가 아니다. 실수가 있을 수도 있고, 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내가 잘 아니까 알려준다는 경우보단 나도 잘 알고 싶은데 같이 해보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종종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참여자들을 만나게 된다.
호스트 :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신청하는 사람이 없거나, 신청했으나 말없이 불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참여했으나 호스트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식의 태도를 보여서 실망하고 상처받는다. 그래서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하며 호스트는 그 다음 프로젝트 개설을 포기한다.
5. 그 결과 비슷한 프로젝트들만 생긴다.
프로젝트를 개설하고 진행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그에 대한 동기는 온전히 호스트의 선의에 맡겨져 있다. 그러다 보니 입문 수준의 가볍고 단기적인 프로젝트가 많이 생긴다. 그리고 괜찮은 프로젝트들도 싹을 틔워 보기도 전에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접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가벼운 프로젝트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좀 더 배움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젝트가 드문드문 개설될 때마다 순식간에 마감되는 것을 보면 프로젝트의 다양성에 대한 갈증이 있다는 걸 볼 수 있다. 그런 프로젝트가 더 많이 생기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간혹 생기고 금방 마감된다
나는 오픈컬리지에서 프로젝트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야 된다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호스트와 참여자가 서로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프로젝트 개설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가이드를 주거나, 진행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공간, 예치금 같은 문제를 좀 더 편리하게 해주거나, 좋은 호스트들을 인정해주고 독려해주는 일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등록금 인하를 바라는 사람이 많을까 보다 좋은 공간을 바라는 사람이 많을까
지금은 신규 유입과 회사 비전 달성에만 너무 몰두하는 느낌을 받는다. 교육의 접근성을 높인다고 등록금 인하하는 건 좋지만, 서비스의 질이 같이 떨어지는 걸 달가워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우리 좋은 일 하는 거니까 이 정도는 감수해달라 말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래서 나는 이 곳에서 좋은 경험들을 했지만, 오픈컬리지가 망해도 별로 아쉬울 것 같지는 않다.
혹시 오픈컬리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이라면 댓글로 의견을 보태주세요. 오픈컬리지 등록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픈컬리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컬후기] 오픈컬리지엔 어떤 프로젝트들이 있을까? (0) 2018.09.09 [오컬후기] 오픈컬리지를 통해 내가 얻은 다섯가지 (0) 2018.07.27 [오컬후기] 오픈컬리지, 너무 기대하지 말 것 (4) 2018.04.19 [오컬후기] 오픈컬리지, 직장인들의 놀이터 (0) 2018.04.1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