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써보고서] 지면 광고는 절대 학생회 지원금이 아니다
나쁠 것 없는 제안처럼 보인다
학생회장에게 갑자기 어떤 제안이 들어온다. 동아리 소개책자나 축제 팜플렛에 광고를 실어주면, 학생회 지원금을 준다는 제안이다. 지원금에 얹어서 팜플렛도 만들어주고, 디자이너가 없다면 디자인도 해준다고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손해볼 것 없는 제안이다. 학생회는 늘 예산에 쪼들리다보니 별 생각없이 이 제안을 수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이 제안의 실체에 대해서 밝히고자 한다.
학생회 지원금이라고?
1. 학생회 지원금이 아니라 광고 수주 수수료를 뗀 것이다
업체는 제안한다. 광고 하나 당 학생회 지원금 70~80만원을 주겠다고. 그러나 이를 ‘학생회 지원금’이라고 인식해서는 안된다. 이 제안의 실체는 학생회가 업체를 통해 지면 광고 수주 업무를 맡긴거고, ‘학생회 지원금’으로 명명된 돈은 광고비에서 업체의 수수료를 뗀 나머지 금액이다.
그럼 업체가 기업들로부터 따오는 광고비는 얼마일까? 운 좋게 업체가 기업에게 제시하는 계약서를 본 적이 있었다. 광고가 게재되는 지면에 따라(뒷표지나 첫 페이지가 비싸다) 200~400만원 선으로 기억한다. 그걸 학생회에게는 ‘학생회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광고 당 70~80만원이라는 일괄적인 금액으로 지급한다.
2. 광고를 따기 위해 학생회장의 개인정보를 이용한다
그렇다면 이 업체들은 어떻게 광고를 따낼까? 업체와 계약을 하면 업체는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의 이름, 학과, 학번 같은 개인정보를 요청한다.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에게는 학생회장, 부학생회장이 연락을 취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락을 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동문 선배님들을 중심으로 연락을 취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연을 바탕으로 광고를 수주하는 방식이다. 학생회에서 만드는 출간물의 광고효과를 크게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인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일이 많기도 하고..
3. 현실적으로 이 일을 내부적으로 하기는 어렵다
높은 수수료, 찝찝한 방식에도 불구하고 학생회 입장에서는 이를 뿌리치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책자, 홍보물은 만들어야 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를 통해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고 추가 예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업무를 학생회 자체적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이 또한 어렵다. 일단 최소 수십 곳의 기업에게 연락을 돌리고 해야 하는데 이 일만을 위한 인력을 따로 빼기가 어렵다. 또한 광고비를 받으려면 세금 문제 때문에 기업에서 사업자 등록증이 요구하는 경우가 있는데, 학생회가 이걸 갖고 있을 수가 없다.
2012년, 2013년 동아리소개책자 뒷표지 광고
당시 업체에서 들었던 얘기로는 동문회에서 만드는 서강옛집에 들어가는 광고도 자기 업체에서 한다고 했다. 이런 방식을 학생 단체뿐만 아니라 학교 부서에서도 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나는 늘 이 방식이 기업 담당자의 애교심 또는 선의를 악용하는 방식이라는 생각에 개선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그 당시로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현실적으로 업체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자고 생각했다.
결국은 돈이 문제다ㅠㅠ
2013년 말, 나는 이 일을 막 시작하는 업체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업체는 우선 고객 포트폴리오를 쌓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바를 조금 더 요구해서 계약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세 개의 광고비를 보장하는 방식이었다. 업체가 광고를 하나를 따오든, 두 개를 따오든 상관없이 세 개에 대한 광고비를 무조건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최대 광고수를 5개로 한다면, 3개 이후의 광고 건에 대해서는 건당 받는 형태였다. 대신 1년을 통으로 계약했다. 물론 여전히 미봉책에 가까운 대안이다.
이 글이 학생회가 이런 제안에 현명하게 대응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 문제인식이 확산되어 무언가 본질적인 해결책이 생기기를 바란다.
댓글로 추가적인 의견을 달아주세요. 현재 학생회를 하는 이들에게 보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