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12TB가 240page가 되기까지

라쿤P 2019. 1. 12. 23:51

사진 최근우


서강해그리고 기억해는 서강대에서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라는 전공을 만든 사진작가 최근우의 졸업 프로젝트다. 청년서강을 주제로 사진집을 만들고, 전시를 진행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목표 금액의 200%인 2천만원을 조달해서 진행했다. 필자는 해당 프로젝트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고, 프로젝트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다.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사진집을 만들기 위해 사진작가 최근우가 8년 동안 찍은 사진을 모두 들여다봐야 했다. 전체 사진 용량은 12TB, 몇 장인지 세기도 두려운 이 사진 용량을 덜어내고 덜어내어 455장으로 줄였다. 그 결과 240page의 사진집이 후원자들에게 전달되었다.

 

근우는 감히 서강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만큼 잘 만들어야 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어 그 부담감을 이겨내고, 만족할만한 리워드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글에서는 그 과정에서 고민했던 요소들을 하나씩 설명하고자 한다.


사진 최근우


1. 타임캡슐을 만들자


사람들이 이 사진집을 왜 후원해야 할까? 단순히 서강이라는 이름을 팔아서 성공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최근우라서 만들 수 있는 사진집과 서강인이라면 갖고 싶은 사진집과의 교차점을 찾고자 했다. 근우와 함께 이걸 가장 먼저 정리하고자 했다.

 

논의 끝에 도출한 결론은 서강인이라면 누구든, 언제 어디서나 사진집을 펼쳤을 때,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게 해주는 타임캡슐이었다. 학교를 바라보는 최근우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은 8년이라는 시간과 만나 서강인의 보편적인 대학생활을 표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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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7개 리워드를 3개 카테고리로 정리

 

처음 근우가 생각했던 리워드는 사진집, 책갈피, 엽서, 액자(,,), 개인촬영으로 구성된 7가지였다. 나는 이것이 사람들에게 너무 많고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 카테고리 3개로 묶자고 제안했다.

 

사진집이 중심이 되는 리워드를 사진을 느끼고 싶다면이라고 묶고, 액자가 추가된 리워드를 사진을 소유하고 싶다면이라고 묶었다. 마지막 개인촬영이 들어간 고액후원을 무엇이라 명명할지 논의를 하다가 근우가 말했다. ‘다시 한 번, 청년서강으로 하자고.


사진 최근우

 

3. 여백이 있는 사진으로 채우자

 

사진집이 타임캡슐이 되려면 어떤 사진들로 채워야 할까? 사진작가로서 최근우의 기준도 물론 있었지만, 나는 여백이 있는 사진으로 채우자고 제안했다. 보는 이가 각자의 대학생활을 이입할 수 있는 여백이 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고, 근우가 동의해주었다.

 

사진을 고르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근우가 먼저 1차로 5,000장 정도로 추렸고, 그걸 나와 함께 1,000장 내외로 줄였다. 이후 사진집 디자인 과정에서 디자인을 담당한 홍산과 프로젝트를 도운 후배 사진가 이형빈까지 합세했다. 그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455장까지 줄일 수 있었다.

 

주로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이 사진은 빼자고 얘기하면, 근우는 못내 아쉬워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근우는 회고하기를 보여주고 싶은 조각들이 너무 많이 모여 있어서 빼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4. 목차 구성

 

사진을 1,000장 내외로 줄이는 과정에서 함께 고민했던 건 사진집 목차였다. 이 역시 타임캡슐이라는 컨셉과 어울리게 구성하고 싶었다. 내가 초안을 짠 다음에 근우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최종적으로 지금의 목차가 완성되었다.

 

전체적으로는 입학부터 졸업까지의 과정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로 묶었고, 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님, 교직원, 청소 노동자 등 서강의 다양한 구성원들을 담아내려고 의도했다. 또한 작가로서 최근우의 역량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도록 그누구도라는 챕터를 따로 빼놓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455장의 사진들은 15개의 챕터에 세심하게 배치되었다. 페이지 마다 사진 구성은 최근우, 홍산, 이형빈, 이 셋이서 주로 논의를 진행했다. 나는 옆에서 지켜보다 호기심에 몇 번 끼어들었는데, 대체로 좋은 소리 못 들었다. 나는 사진집에 들어간 글귀 정도만 참여했었다.


사진 최근우

 

5. 사진집 제작

 

사진집 제작은 주로 근우가 진행을 했는데, 종이질과 인쇄 품질이 가장 큰 이슈였다. 근우는 서강헤럴드를 할 때 인연을 맺었던 인쇄업체와 함께 하기로 했다. 이전의 경험으로 신뢰할 수 있었고, 이번 프로젝트에 협조하는 태도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사진집 종이는 180g, 210g, 230g 중에 230g 아르떼 누브지로 선택했고, 인쇄 품질은 (근우 말에 따르면) 욕심이 더 컸으나 비용 차이가 커서 다소 타협했다고 한다. 사진집뿐만 아니라 엽서, 스티커, 책갈피, 봉투를 모두 맡겼고, 이를 통해 비용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사진 최근우

 

프로젝트 이후 후원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진집 만족도가 5점 만점의 평균 4.73점이었다. 그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아 달라고 했을 때, 사진이 86.3%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인쇄 품질 및 제본이 36.3%, 구성 및 목차가 33.8%이었다.

 

이 수치가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를 만들기 위해 근우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애쓴 시간과 노력들을 보상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학기 중에 이 프로젝트를 하느라 밤낮없이 돌아다니는 근우를 보면서 크라우드 펀딩이 생각보다 더 어렵다는 걸 많이 느꼈다.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의 과정들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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