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삶에서 가장 푸르른 나날, 나의 청년 서강
색을 지닌 그대가 되길 / 사진 최근우 / 캘리 이호원
내게는 미련한 친구가 한 명 있다. 그는 대학 내내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학교를 렌즈에 담았다. 그의 렌즈에 담기지 않은 학교의 순간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학교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잔뜩 찍은 날에는 피곤한 눈을 부비며 새벽 늦게까지 보정을 하곤 했다. 돈을 받는 일이 아닌데도 친구는 그렇게 했다.
2016년 가을, ‘숨도’라는 카페에서 친구는 졸업하기 전에 전시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7년이 되자 그는 학교를 주제로 한 사진집을 만들고 전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결과 2017년 3월,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가 오픈한다.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는 그 해 여름 목표 금액을 200% 달성했다. 약 2,000만원으로 사진집을 비롯한 리워드를 제작해서 421명의 후원자들에게 전달했다. 서강대 본관과 로욜라 도서관에서 전시를 했음은 물론이다.
사진 최근우
1.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는 무슨 프로젝트인가?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는 서강대에서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라는 전공을 만든 최근우의 졸업 프로젝트이며, 사진작가 최근우의 첫 단독 전시이기도 하다. 필요 비용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조달했고, 주요 리워드는 그가 무려 8년 동안 담아온 학교 사진들을 고르고 골라 만든 사진집이다.
근우는 사진집에 청년서강, 서강다움을 담아내려고 했다. 졸업생, 재학생, 신입생, 그 누가 보더라도 서강대생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사진집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서강대 기록보관소의 사진들과 함께 총 455장의 사진들로 사진집을 제작했고, 그 중 46장을 골라 액자로 만들어 전시를 진행했다.
프로젝트 이후 근우는 전시에 사용된 사진들을 학교에 기부했고, 학교 곳곳에 그의 사진이 걸려있는 걸 볼 수 있다.
2. 1,000만원을 목표로 시작하여 2,000만원을 넘기기까지
근우는 서강이라는 이름을 달고 하는 프로젝트인만큼 퀄리티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펀딩 목표 금액도 다소 높은 1,000만원으로 설정했다. 텀블벅에서 진행된 사진집 프로젝트를 보면 대부분 200~500만원을 목표로 하고, 1,000만원을 넘기는 프로젝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쉽지 않은 목표인 걸 알기에 나는 근우에게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돈을 신경쓰자고 했었다. 사진집 제작에 최대 700만원이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근우가 인쇄소에서 1,000만원 넘는 계약서를 쓰고 온 날 나는 머리가 새하애졌다. 그러나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는 목표금액 100%를 가뿐히 넘는 2,000만원을 펀딩받았고, 남는 돈 없이 리워드 제작에 몽땅 투입되었다.
3. 한 분 한 분이 소중한 421명의 후원자들
서강대학교 개교할 때 입학하신 1960학번 선배님부터 갓 입학한 2017학번 후배님까지 서강의 다양한 구성원이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셨다. 그 구성을 보면 60학번부터 99학번까지가 12.6%였고, 00학번부터 07학번까지가 11.4%, 08학번부터 12학번이 39%, 13학번부터 17학번이 33.3%였다. 교직원을 비롯한 유기풍 전 총장님도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셨다.
학과 구성 또한 다양했다. 인문대가 21.4%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사과대가 15.4%였다. 뒤이어 경영대가 14%, 공대가 12.8%, 자과대가 10.9%, 커뮤가 9.5% 였다. 인원이 적은 지융은 3.8%였고, 학부가 사라진 법대가 0.5%였다. 서강에 대한 애정으로 프로젝트를 응원해준 동문들이 있었기에 이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있게 마무리될 수 있었다.
사진 한지웅
“우리와 비슷한 후배들을 위해 씨앗을 심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근우와 내가 자주 나눴던 대화였다. 선례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내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또 다시 선례가 없다는 말에 힘들어하지 않도록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어쨌든 성공 사례이기 때문에 자기 얼굴에 금칠 못하는 친구를 대신하여 내가 글을 쓰기로 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서강해, 그리고 기억해’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수 있었고, 프로젝트 기획, 홍보, 사진집 구성 등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동안 서로 사는 게 바빠서 미뤄두고 있었던 일이었다. 비록 프로젝트가 끝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새로운 시도를 꿈꾸고 준비하는 이들에게 작게나마 응원과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 시리즈를 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