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투써보고서] 학생회장이 스스로에게 꼭 물어봐야 할 질문
미안하지만 그만할 수가 없다
이전 글에서 내가 학생회 활동을 했을 때, 동아리연합회(약칭 동연)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상황이었는지를 여러 번 언급했었다. 이는 불평하려는 의도도 아니고, 내 성과를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도 아니다.
연관글 : [감투써보고서] 권한과 권위를 착각하지 말자
인지도도 영향력도 부족했던 학생회에서 활동했기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이번 글도 그 연장선이다.
‘동아리연합회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나는 이 질문을 2년 가까이 붙들고 있었다. 동연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나는 동연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년간의 고민 끝에 ‘열정을 비추다, 서강동연’이라는 슬로건으로 답을 하게 되었다. 이 슬로건의 바탕이 되었던 생각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1. 동연은 동아리 활동을 지원한다
동아리연합회가 왜 존재해야 될까?
머릿속에서 쉽게 나왔던 답은 ‘동아리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동아리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위해서’ 였다. 그렇지만 학생회보다는 이익집단처럼 느껴졌다.
동연이 대변해야 할 이들은 정말 누구일까? 서강가요제에 참가한 끼가 넘치는 사람들, 축제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땀 흘리는 사람들, 동아리방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들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동연은 동아리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런 생각이 있었기에 서강축구반이란 정동아리가 이미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구 동아리 아인츠와 벤츄라를 정동아리 승급 대상으로 올렸다.
동연은 축구 동아리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이 아니라 축구를 하고 싶은 서강대생들을 지원하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동아리는 정동아리와 준동아리로 나뉜다. 정동아리는 동아리지원금과 동아리방이 있지만, 준동아리는 없다. 준동아리는 동아리연합회의 동아리활동평가와 장학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통과하면 정동아리가 될 수 있다.
2014년 서강문화제 : 울림
2. 동연은 축제를 발전시킨다
서강대학교 주요 축제는 봄학기에 총학이 하는 대동제, 가을학기에 단과대 학생회에서 하는 단대제와 동연이 하는 서강문화제가 있다.
교내의 많은 학생회가 축제를 하고 있지만, 동아리연합회에게 축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했다. 특히 대동제와 서강문화제를 비교하면서 축제를 동연의 존재이유로 삼았다.
대동제는 총학생회가 학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성격이 강하다면, 서강문화제는 동아리를 중심으로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걸 지향한다.
총학생회 대동제가 학내 축제 예산 중에 가장 큰 예산을 쓴다면, 동연은 소속 동아리들이 만드는 다양한 콘텐츠가 강점이다. 총학이 매년 바뀌는 것에 따라 대동제도 달라지지만, 동연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축제를 기획할 수 있다.
임기 중 이런 문화 복지 행사를 진행하려고 노력했다
3. 동연은 교내 문화, 학생 복지를 증진시킨다
동연에는 70여개 동아리들이 속해 있다. 동아리들 각각이 만들 수 있는 콘텐츠에 동아리끼리 콜라보하는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동연은 교내 어느 곳보다 문화적 역량이 큰 곳이라고 생각했다.
대동제, 단대제, 노고체전 등 다양한 행사들이 동아리들의 지원과 참여로 진행되는 경우를 봤을 때도 그렇다.
총학생회는 학교에게 학생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회 이슈에 대한 입장을 내는 등 정치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첫 번째라 생각했다. 그래서 동연은 교내 문화와 학생 복지에 집중해서 이를 보완하는 역할을 맡으려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전시나 공연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전공 및 교양 도서를 대여해주는 드림도서관 운영 등을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녕하세요. 열정을 비추다, 동연입니다.
2013년 3월 동아리연합회 보궐선거에서는 ‘다른 서강을 이끌다’라는 슬로건을 썼다. 돌이켜보면 내 욕심이 가득한 슬로건이었다. 그리고 동연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생각 정리가 끝나자 그해 9~10월부터 ‘열정을 비추다’라고 바꿨다.
강의실 밖에서 열정을 쏟고 있는 사람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주는 일이 동연의 일이고 존재이유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존재이유는 이후에 내가 동연 회장으로서 했던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었다.
동아리 승급과 강등을 결정했던 것도, 동아리 간의 협업을 권장했던 것도, 서강문화제에 매달렸던 것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복지 사업을 진행했던 것도, 모두 다 존재이유에서 나왔다.
내 앞에 박명수가 있다고 생각해보고 대답해보자
만약 내가 단과대 학생회나 총학생회에서 활동했다면, 내가 속한 곳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골치 아프게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학생회가 ‘당연한 것’처럼 보이니까. 존재이유를 고민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겪어보니 이걸 고민하고 안하고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읽고있는 이가 학생회를 하고 있다면, 이 질문을 꼭 해보고 싶다.
당신이 속한 학생회는 왜 존재해야 합니까?
댓글로 추가적인 의견을 달아주세요. 현재 학생회를 하는 이들에게 보다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